[서울경제] [건축과 도시] 폐허 찜질방이 미술관으로 화성 소다미술관

  • [건축과 도시] 폐허 찜질방이 미술관으로 화성 소다미술관
  • 즐거움 가득한 ‘문화 캔버스’ 버려진 공간에 생명 불어넣다
  • 정순구기자 soon9@sed.co.kr
  • 찜질방 공사가 중단된 모습(위 사진)과 현재의 소다미술관 전경. 건물을 허물지 않고 찜질방의 특성을 살려 미술관으로 지은 것이 특징이다. 소다미술관은 화성시 최초의 미술관이자 문화를 활용한 도시재생 모델로 주목을 받고 있다.

찜질방 특이한 구조 살려 리모델링… 옥상·외부에는 화물컨테이너 설치
마실가듯 쉽게 찾는 전시공간 완성

건축·디자인·미술 작품 감상하며 먹고 체험하는 즐거움까지 가득
지역민 위한 문화 프로그램도 운영

서울 잠실에서 차를 타고 출발한 지 한 시간이 채 되지 않아 소다미술관이 위치한 화성시 안녕동에 도착할 수 있었다. 미리 확인했던 소다미술관의 위치는 주택가도, 도심도 아닌 애매한 곳이었다. 논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연 사람들이 많이 찾아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미술관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자유롭게 뛰어노는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부모들이 특이한 구조의 미술관을 활기차게 채워주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불량배들의 아지트에서 활기 넘치는 미술관으로

지난 2007년 지금의 소다미술관 부지를 사들인 건축주는 원래 찜질방을 지으려 했다. 하지만 2009년 공사를 시작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1층 철근 콘크리트 벽체와 천장 구조까지 마무리한 상황에서 중단됐다. 소비 트렌드의 변화와 입지적인 조건으로 준공 후 운영을 해도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 후 4년 동안 이 땅은 방치된 채로 버려져 있었다. 건물 바깥으로 잡초가 허리까지 자랐고 불법으로 폐기된 쓰레기들이 넘쳐났다. 이처럼 공사가 중단된 후 슬럼화가 진행되면서 사람들이 찾지 않자 동네 불량배들의 아지트로 변해갔다.

결국 건축주는 2013년 권순엽 CINK건축설계사무소 대표를 찾아 건물의 리모델링을 의뢰했다. 권 대표는 슬럼화된 부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사람들을 유입할 수 있는 건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그 선택이 예술과 문화를 복합적으로 다루는 미술관이었다.

건축주도 이미 버려지다시피 한 곳을 지역사회에 문화·예술적 기여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자는 생각을 가지기 시작한 참이었다. 결국 임대료 무상지원 등을 약속하며 완공 후 운영책임까지 권 대표와 그의 아내인 장동선 소다미술관 관장에게 맡겼다.

그 덕분에 소다미술관은 지난해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가 올해 문을 열 수 있었고 버려졌던 땅은 이제 지역민들과 함께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동네 마실 나가듯 오감 느낄 수 있는 미술관

“누구나 일상적으로 편하게 방문할 수 있는 공간을 목표로 했습니다.”

건축 리모델링을 담당했던 권 대표의 말처럼 소다미술관은 기존의 미술관과 차별화된 공간을 목표했기 때문에 건물 구조부터 남다르다. 원래 찜질방으로 쓰기 위해 공사가 진행되던 건물을 허물지 않고 뼈대의 특성을 그대로 살려 미술관으로 완성한 것이다.

내부에는 목욕탕과 불가마 용도로 쓰려던 방의 구조가 그대로 남아 있고 건물 외관도 마감을 전혀 하지 않은 덕에 찜질방 건물로 지어지던 당시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건물 옥상과 외부에는 화물 컨테이너를 설치해 색다른 전시공간을 구성했다.

특이한 구조 속에서 방문객들은 기존 미술관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들을 감상하며 가져야 했던 이질적 느낌에서 벗어나 공간 자체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장 관장은 “흔히 미술관이라고 하면 불필요하게 근엄하고 권위적일 것이라는 편견 탓에 대중이 동네 마실 나가듯 편히 다가가기 힘든 공간”이라며 “소다미술관은 예술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방문객들의 오락(다섯 가지 즐거움)을 만족시킬 수 있게끔 구성된 곳”이라고 말했다.

실제 소다미술관의 방문객들은 미술관 곳곳을 관람하며 오락을 느끼고 있었다.

먼저 특이한 구조의 미술관 건물에서 각종 예술 작품들을 감상하며 공간의 즐거움과 보는 즐거움을 느낀다. 미술관 내 디자인 가게에서는 구매의 즐거움이, 옥외 잔디정원에서 열리는 푸드트럭 페스티벌에서는 먹는 즐거움이 방문객들을 기다린다. 마지막으로 각종 체험 및 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몸으로 느끼는 즐거움까지 소다미술관의 오락은 지역민들이 이곳을 찾아오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문화 콘텐츠에 기반한 자생 공간으로 성장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버려진 땅이었던 이곳은 이제 지역민들의 참여를 스스로 이끌어내는 곳으로 변해가고 있다. 미술관 본연의 역할인 작품 전시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각종 프로그램도 호응을 얻고 있다.

올 4월에 시작해 4개월 동안 진행된 첫 번째 기획전시 ‘RE:BORN’의 경우 성공적으로 진행되며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인 독일의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했다. 첫 번째 전시의 성공에 힘입어 이달 19일에 시작된 두 번째 기획전시 ‘RE:BORNⅡ’는 전 세계의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건축가들을 초대해 진행되고 있다.

전시뿐만 아니라 각종 프로그램들도 발전시켜나갈 예정이다. 이를 위해 미술관을 방문했던 전업주부들을 모아 ‘소다 CC(Community Conector)’라는 자문단을 구성했다. 자문단과는 2주에 한 번 만나 지역의 이익을 위한 미술관 운영 방안을 논의한다.

옥외 정원에서는 지역민들과의 바비큐 파티나 플리마켓 등을 열고 화성시 유치원과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문화 프로그램도 계획 중이다.

장 관장은 “앞으로 소다미술관은 ‘소다만의 특이한 공간’을 이용한 설치·건축·디자인 전시까지 함께 기획해나갈 것”이라며 “단순히 미술관의 역할에서 그치지 않고 지역민들과 창작자들이 함께 그려가는 문화 캔버스(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로 거듭나겠다”고 설명했다.

미완성 건축 프로젝트·열린 놀이터 ‘상상’ 자극

‘RE:BORNⅡ’ 등 다양한 기획전시

  • 시간의 최소 단위인 순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표현한 장인희 작가의 ”Time to kill-grouping”.
  • 옥외에 설치된 프로젝트그룹 숨 쉬다의 ”물고기의 꿈”.

소다미술관에서는 지난 19일부터 두 번째 기획전시전인 ‘RE:BORNⅡ’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회 콘셉트는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건축가들의 완성되지 않은 프로젝트를 모은 것. 이 밖에 야외 정원에서는 예술을 통해 자유롭게 상상하고 움직일 수 있는 열린 놀이터 ‘PLAYGROUND’가 운영 중이다. 옥상에 설치된 화물 컨테이너에서도 젊은 디자이너를 발굴하는 ‘D-CUBE’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RE:BORNⅡ’에서는 버려진 찜질방에서 미술관으로 재탄생한 소다의 이야기처럼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미완성 프로젝트가 예술작품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는 △JDS(덴마크) △MAD(중국) △세피로타치(미국) △톰 윈즈컴(미국) △준 이가라시(일본) △NL(네덜란드)로 5개 국가 출신의 건축가 6명이다. 전시가 이뤄지는 6개의 공간과 그 사이에 숨어 있는 또 다른 공간들을 통해 방문객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 대한 고민과 미래를 꿈꾸는 상상력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게 구성했다.

‘PLAYGROUND’의 지붕 없는 야외 전시장, 넓은 잔디 마당, 이국적인 옥상 발코니 등 재미있는 공간에는 예술가들의 해석이 담긴 예술작품을 설치했다.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프로젝트그룹 숨쉬다의 ‘물고기의 꿈’이나 선과 공간의 만남을 표현한 강은혜 작가의 ‘Interspace’, 삶과 예술 사이의 균형에 주목한 최성임 작가의 ‘Cloudy room’ 등이 방문객들을 반긴다. 특별한 놀이기구나 놀이방법은 없지만 방문객들 스스로 예술작품을 통해 즐거움을 발견하는 공간이다.

역량 있는 젊은 디자이너를 발굴하고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D-CUBE’ 프로젝트에서는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작품들이 전시된다. 현재 전시 중인 프로젝트는 아이들의 순수한 낙서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박신영 디자이너의 의상 작품이다. 장 관장은 “앞으로도 소다미술관을 디자인과 건축, 미술관으로서의 전문성, 대중과 호흡을 꿰는 대중성 등이 잘 조합된 문화공간으로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소다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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