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디자인의 결과물이라는 단편적인 시각으로 디자인을 바라보고 사용할 뿐 그 안에 켜켜이 쌓여 있는 디자이너들의 고민과 생각들 그리고 수많은 검증과정에 주목할 여유를 갖기 어렵다.
[디자인 스펙트럼 Desgin Spectrum]展은 다양한 디자인 영역의 대표 디자이너를 선정하여 그들의 디자인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그 안에 담겨 있는 이야기에 귀기울이고자 한다. 이를 통해 디자이너의 치열한 고민과 창조의 과정 그리고 그 전반에 담겨있는 디자이너의 확고한 철학을 새로운 시각으로 들여다 보는 기회를 마련할 예정이다.

첫 번째 디자인 분야는 [Costume] DESIGN 최인숙이다. 최인숙 디자이너는 무용의상 디자이너로 치밀한 작품분석과 무용수와의 교감을 바탕으로 의상을 제작한다. 그녀는 공연의 주제를 이끌어낼 의상을 참신한 소재나 구조등을 통해 시각적으로 구현해내고 있다. 이러한 작품들은 조형적이고 독창적인 실루엣을 형성하며 무용수의 신체적 가능성을 확장시키고 공연의 완성도를 높인다.
화려한 조명이 비추는 무대 위에서 무용수의 역동적인 몸짓을 담았던 의상을 무대가 아닌 음악도 조명도 무용수도 없는 소다에서 마주함으로써 관람객은 무용의상 디자이너 최인숙의 이야기에 온전히 집중하며 디자인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길서영 에 등장하는 양 복을 입은 거대한 사람들에서는 얼굴을 찾 아 볼 수 없다. 따라서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각각의 개인은 하나의 고 립된 섬처럼 무대를 유영하고 있다. 이는 소통이 단절된 채 사회적 기능이 강조된 몸만이 존재하는 인간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 본연의 주체성과 정신적 가 치를 상실한 채 사회와 타자 그리고 자신 으로부터 소외된 현대인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최인숙은 커다란 사이즈의 모노톤 양복을 통해 사회적 기능만 남아 있는 우리의 모습 을 강조하고 있다. 무용수의 머리에는 양복 에 맞는 어깨 구조 물이 씌워지며 얼굴이 없는 사람, 즉 자아를 잃어 버린 거대한 괴 물을 만들어 내며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 내고 있다.

아트프로젝트 보라의 <꼬리언어학>은 자 신의 상태를 드러내는 기호로 꼬리를 사 용하는 고양이를 모티브로 제작된 무용작품 이다. 인간의 사고를 한정하고 해석의 오류 를 가져다주는 언어에서 벗어나, 원초적인 몸에 집중해 관계 속에 진정한 소통을 발 견하고자 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의상은 장갑 혹은 깃털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소재는 동물의 촉수를 연상시키며, 인간의  몸이라는 실루엣의 한계를 벗어난다. 의상은 인간도 동물도 아닌 미지의 존재를 드러내며 몸의 언어를 더욱 부각시켜 준다.

김지욱의 는 인지한 영역을 넘어서 새로운 사실 혹은 상황에 부딪혔을 때 느끼는 인간의 두려움을 표현한 작품이다. 인식이 확장되는 순간의 충격을 세 명의 무 용수가 온 몸으로 표현하고 있다. 인간의 나약함을 표정으로 읽기 보다는 몸의 언어로 보여주기 위해 안무가는 무용수의 얼굴을 가렸다. 최인숙은 난해할 수 있는 작품의 주제를 친근하게 표현하기 위해 풍성한 털  알록달록한 옷으로 올빼미를 만들어 무용 수의 몸짓을 담았다. 올빼미 탈에 사용된 털 은 무용수의 움직임에 따라 흔들리며 신체적 가능성을 넓히고 있으며, 세상에 갓 태어난 아기 새의 모습은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효 과적으로 표현해 주고 있다.

“허영으로 인한 욕망 때문에 ‘나’라는 존 재를 지워버리는 이 길을 어디까지 끌고 갈 것인가. 이것이 우리 시대의 아슬아슬하고  서글픈 윤리이자 미학이다.” 이는 19세기 스탕달의 수사이지만 21세기 우리 모습을 대변하는 말이기도 하다. 차진엽의 는 스탕달의 수사를 주제로 허 영과 거짓을 쫓으며 진정한 나 자신을 잃어 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풍자하고 있다.
작품을 통해 최인숙은 소비사회를 대변하는 물성인 비닐 소재로 의상을 제작했다. 비닐의 반짝이는 표면과 풍성한 부피감으로 치장한 무용수들의 모습 을 통해 일시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면서도 그 본질은 쓰레기, 곧 허상임을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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