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사회 2020 : WE, SOCIETY>

불안과 절망이 가득한 시대를 살며, 보다 나은 미래와 개인의 삶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견지해야 할 삶의 태도와 가치는 무엇일까. 소다미술관은 2020년 하반기, 통제할 수 없는 전염병으로 혼돈의 시대를 사는 모두를 위해 <인류사회2020: WE, SOCIETY>전을 마련한다. 사회의 균열을 목격하고, 사라져가는 인간애를 지켜본 동시대 작가들의 삶의 철학적 사유를 작품을 통해 함께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바이러스로 인해 삶의 근간이 되었던 기존의 가치와 원칙이 무너지고, 사회의 체계가 충격적으로 분열되는 파국적 상황을 경험하며 우리는 이전과 전혀 다른 세상을 살게 되었다. 어쩌면 인류에게 생존은 2020년의 새로운 시대정신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른다. 타인의 현존이 나의 불안과 절망이 된다는 것, 잠재적 위협으로 타자를 규정짓는 이러한 인간 존엄성의 상실은 우리 사회를 어지럽게 만들고 있다. 개인과 공동체의 분열을 지켜보며 우리는 인간성의 몰락을 더욱 반성적으로 성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관계의 단절로 고독과 소외가 일상이 되어버린 2020년, 전시는 인간다운 삶의 회복을 위해 자신과 타인의 존재에 대해 사유하는 작가들의 이야기가 중심이 된다. 다양한 지점에서 인간의 내면을 예리하게 파고드는 작품들은 인류애적 포용의 가치, 그리고 공존을 위한 이타적 마음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타인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연대의 방식은 결국 잃어버린 우리의 존엄한 삶의 의미를 되찾을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나와 타인의 존재를 새롭게 사유하고 어려운 시대 속, 서로의 안녕을 염원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유월

유월은 동시대 속 인간 군상의 모습, 사람과 사람사이 보이지 않는 관계를 옹기 위에 즉흥적인 드로잉으로 표현한다. 작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하며 깨닫게 된 삶의 태도인 화이부동(和而不同)을 주제로, 현 사회의 다층적인 풍경을 여러 기호와 상징들로 담고 있다. 옹기 위에 그려진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은 우연적이고 무의미한 선에서 시작되었지만, 이들은 결국 서로 만나고 이어져 의미 있는 존재가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함께 화합하며 살아가는 이상적인 삶의 모습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윤성필

윤성필은 인간 존재에 대해 깊게 탐구하는 것을 시작으로, 이를 조각, 회화, 사진 등 다양한 매체로 보여주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이번에 작가는 타자, 그리고 보이지 않는 외부환경에 의해 변화하고 규정되는 존재의 본질을 보다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작가의 네 번째 시리즈 <불합리한 인식>은 어떠한 상호 연관성도 없는 두 명의 인물을 한 화면 안에서 중첩시켜, 타자와 나의 보이지 않는 관계성과 공존의 의미를 드러내고 있는 작업이다. ‘나와 타인은 둘이 아닌 하나이다.’라는 자타불이(自他不二)의 개념을 시각화한 작가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존재들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전윤정

전윤정은 복잡한 시대 속, 불완전한 인간관계에서 겪게 되는 불편한 감정들에 주목한 드로잉 작업을 선보인다. 작가는 검정색의 라인테이프를 반복적으로 쌓아올리는 작업을 통해, 무의식에 숨겨진 인간의 이중적 욕망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아포페니아>시리즈는 개별성이 사라진 사람들의 얼굴 혹은 불안한 현대인들의 심리상태를 떠올리게 하며,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마주하는 감정의 분열과 욕망을 추상적으로 그려낸다. 작가의 작품은 이상과 현실, 그리고 집단 속에서 갈등하고 분열되는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대변하는 것으로, 소외되고 무너진 인간적 가치에 대해 성찰하게 한다.

정호

정호는 극사실적인 손의 풍경을 통해 내면의 심리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하며, 자신의 존재에 대해 탐구한다. 오랜 시간 사회체제의 균열과 현상에 관심을 가져왔던 작가는, 먼저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성찰하는 과정을 선행하며, 사회를 향한 일관된 자신의 의식과 태도의 타당성을 유지하고자 하였다. 작가의 손풍경은 이러한 자기검열과 사유의 과정 속에서 나타난 것으로 단순히 손의 재현이 아닌, 지나온 그의 삶의 모든 여정을 은유하고 있는 것이다. 마주잡은 거대한 손은 작가의 심리적 감정을 투영하는 대상인 동시에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기도 하다.

조민아

조민아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현대인들의 행동양식을 평면 위에 관조적인 시선으로 담아낸다. 집단 간의 갈등과 해체를 빈번하게 목격해온 작가는, 부조리한 사회에 순응하며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무표정한 인물들로 등장시키고 여러 상징들로 사회의 분열을 표현해왔다. 작가는 동시대 속 인간 존엄성의 상실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았는데, 최근 균열된 사회를 봉합하기 위한 구성원들의 연대와 이타적 행위의 움직임들을 포착하게 되며, 이 작은 희망을 화면 안에서 상징적으로 표현하였다. 작가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불안정한 시대에서 인류가 처한 현실을 직면하고, 공존을 위해 모두가 견지해야할 이타적 삶의 태도를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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