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서다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사르트르의 말처럼 나와 결코 같을 수 없는 타인과의 만남은 항상 낯설고 어렵다. 하지만 나의 존재는 타인을 통해서만 실재할 수 있다. 우리는 서로 마주보며 관계를 맺고, 서로의 존재 가치를 부여해 주는 필수적 존재인 것이다. 소다미술관에서 마련한 <마주서다>전은 관객이 작품 속 다양한 타인들과 만나고 마주하며 관계 맺기를 시도하는 전시다.

<마주서다> 전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다채로운 시선과 매체로 화면에 인물을 담아낸다. 이러한 인물들은 전시장을 부유하며 관객을 응시하고 말을 건넨다. 관객 또한 응시자가 되어 작품 속 인물에게 말을 건네며 대화를 시작하게 된다. 나와 작품 속 인물이 시공간을 공유하며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이번 전시는 ‘나’를 인지하고, ‘타인’을 이해하며 ‘관계’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여정이 될 것이다.

김성수

김성수는 익숙함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낯섦을 통해 인식을 전환하는 사진 작업을 전개해 왔다. 이번 소다미술관에서 선보이는 작품 <흉상 시리즈>는 평범한 노년의 얼굴을 기록한 사진이다. 하지만 그 모습은 시대의 인물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했던 흉상조각의 형식을 차용하고 있다. 작가는 유한한 삶의 끝에 다다른 노년의 얼굴에 영원히 기억되고 싶은 인간의 욕망으로 제작된 흉상조각을 결합한다. 이로써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운명과 그로 인한 욕망을 동시에 작품 속에 내포한다. 관객은 흉상을 바라보며 인간의 운명과 욕망을 함께 마주하게 된다.

남학현

남학현은 다채로운 색의 붓터치를 겹겹이 쌓아가며 인물의 인상을 표현하는 초상 작업을 전개해 왔다. 최근 작가는 자신의 삶으로 시선을 가져오며 일상 속 인물의 모습을 그려낸다. 작품 속 과감한 색과 붓터치는 빛과 그림자를 생생하게 묘사하며 풍경 속 인물의 순간을 포착해내고, 그 인물을 마주하는 작가의 감정까지도 만날 수 있게 해준다.
<A moment of her life(No.6)>은 해 질 녘 바다를 등지고 서있는 여성을 그린 작품이다. 인물은 풍경의 일부인 듯 노을 지는 바다에 녹아있다. 관객은 작품 속 인물과 시공간을 함께 공유하며 황홀한 저녁 무렵의 바닷가로 초대된다.

유현경

유현경은 과감한 표현주의적 인물화 작업을 꾸준히 천착해온 작가다. 작업 초기, 작가는 인물을 묘사하기보다는 인물을 마주하는 작가의 감정을 화면에 투영해 왔다. 점차 작가는 자신의 감정보다는 인물에 대한 접근을 시작한다. 모델 이보영이라는 인물을 그린 연작 <보영이>, <이보영>은 눈, 코, 입이 제거되어 있다. 이는 붓질의 흐름, 화면의 색상만으로도 대상이 지니고 있는 분위기를 충분히 묘사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2018년 작가가 새롭게 선보이는 작품 <어서와>, <엄마 친구들#2>는 구체적인 묘사 없이 경쾌한 색감과 자유분방한 붓놀림으로 인물과 풍경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조송

조송의 작품은 텍스트를 기반으로 완성된다. 일상에서 영감받은 장면이나 글을 통해 작품의 제목을 먼저 만들고 그 제목으로 연상되는 서사의 이미지를 먹으로 표현한다. 2008년부터 시작된 초상 시리즈 역시 제목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단 한 번도 일등을 못해본 전교 2등의 초상>, <외출하기가 귀찮은 어느 신생아의 초상> 등 인물의 특징을 정해놓고 떠오르는 이미지를 그려내기 시작한다. 초상 속 인물은 인간의 감정과 욕망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이는 우리 모두 가지고 있지만 다른 사람 앞에서 드러내지 않는 표정을 보여주며 공감대를 형성한다. 여러 겹의 붓질로 완성된 깊이 있는 화면은 가볍지만은 않은 우리 감정과 욕망을 마주하게 한다.

서세원

콰야(qwaya, 過夜)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서세원 작가는 하루가 마무리되는 밤의 시간에 그날 지나친 사람과의 관계와 감정을 드로잉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전개해 왔다. 소다미술관에서 선보이는 작품 <낯설지만 보통의 사연이 있는 초상>은 작가와 모델이 서로 대화를 통해 관계를 만들어나가며 완성하는 초상 작업이다. 작가는 현대인의 피로감, 우울함을 낯선 사람과 소통하는 행위를 통해 해소할 수 있다고 보고, 작가와 모델이 대화를 통해 서로를 치유하며 작업을 진행한다. 관계가 구축되며 작가는 모델 저변에 깔려있는 감정과 상태를 포착하게 되고 이를 다양한 색감과 물성으로 표현한다. 이러한 초상 작업은 동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감정과 모습을 대변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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