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공간 디자인 - 소다 미술관] 버려진 찜질방의 화려한 변신
작성자
소다미술관
작성일
2021-05-16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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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화성시 안녕동의 소다 미술관 전경. 사진 = So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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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안창현 기자) 지역 재생을 통해 이색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한 소다(SoDA) 미술관. 방치됐던 대형 찜질방 건물을 리모델링해 미술관으로 변모시킨 독특한 디자인·건축 테마 전시 공간이 경기도 화성시 안녕동에 문을 열었다.
소다 미술관(Space of Design and Architecture)은 화성시에 설립된 최초의 사립 미술관이자 국내 몇 안 되는 디자인과 건축을 중심으로 한 전시 공간이다. 화성시는 시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문화유산이나 훌륭한 도시 제반 시설, 신도시의 젊은 인구층을 가진 활기 등의 이미지보다 오래 전 화성에서 일어난 범죄를 다룬 영화 ‘살인의 추억’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이런 도시 이미지는 지역 주민뿐 아니라 외부 방문객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이렇게 꽁꽁 얼어붙은 지역에 소다 미술관은 젊은 창작자들의 열기로 도시 재생의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소다 미술관이 특별히 벽을 낮춘 미술관, 누워서 보는 미술관, 부담 없는 미술관, 오래 머무는 미술관을 지향하는 이유다.
이제 보기 흉하게 방치됐던 찜질방 공간은 일상적으로 누구나 방문할 수 있는, 편안한 예술 공간이 됐다. 예술과 음식, 문화 등 다양한 복합 공간이 생기면서 서서히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지역 활성화를 이끄는 한 축이 됐다.
▲ 각종 전시와 행사가 모두 가능한 야외의 넓은 데크 공간. 사진 = SoDA
소다 미술관이 위치한 안녕동은 십 수 년 간 지연된 도시개발 사업과 경기침체 탓에 비워진 건물과 방치된 토지가 많았다. 이들 지역은 컨테이너 트럭의 야간 주차장이 되거나 인적이 드물어 마치 유령 도시처럼 보이기도 했다.
장기간 사용하지 않는 지역들은 하루 빨리 활용 방안을 찾아야 했지만, 막대한 예산이 투여돼야 하기에 방안 마련이 쉽지 않았다. 화성시 측이나 개인 토지 소유주들이 선뜻 움직이기 힘든 요인이었다.
지역 재생 중심지로 미술관 들어서
소다 미술관 자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형 찜질방 건물이 별 쓸모없이 오래 방치돼 있었다. 하지만, 하버드 건축 대학원(Harvard GSD) 출신인 젊은 건축가 권순엽 대표(SOAP 건축사사무소)는 이곳을 리모델링하면서 이 지역이 갖고 있는 역사와 미술관의 정체성을 디자인에 담아, 기존 미술관과 다른 공간으로 구상했다.
미술관 건물 자체는 대형 찜질방이나 사우나의 모습과 흡사하다. 기존 건물의 골조와 철근 콘크리트 벽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미술관을 설계했기 때문이다. 전혀 마감을 하지 않은 외관과, 건물 주변과 상부에 설치한 컨테이너 박스는 이곳이 단순한 미술관이 아님을 보여준다.
소다 미술관은 방치된 찜질방 건물의 콘크리트 구조를 재활용하고, 화물 컨테이너를 독특하게 이용해 지역 주민이 문화, 음식, 예술을 함께 나누는 복합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이것은 애초에 문화 콘텐츠를 생산하고 이를 지역으로 확산시킨다는 ‘아트테이너(Art+Container)’ 콘셉트에서 비롯한 것이다.
▲ 전시 ‘PLAYGROUND’에서 소다 미술관의 공간을 십분 활용해 설치 작품을 선보인 강은혜 작가의 2015년 작품 ‘Interspace’. 사진 = SoDA
▲ 소다 미술관은 지역 주민들의 편안한 휴식 공간이 되기도 한다. 사진 = SoDA
소다 미술관을 설계하면서 권 대표는 “전시, 이벤트, 마켓, 음식 등 여러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변화시키고 확산시키기 위한 아트테이너 개념을 이용했다. 콘텐츠를 이동시키기 쉽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건물 일부에는 지붕을 제거해 하늘을 그대로 볼 수 있게 했다. ‘지붕 없는 미술관’인 셈이다. 건물 뼈대를 공간 구성의 가장 특징적인 요소로 활용하고, 각각의 방을 하나의 전시장으로 활용함으로써 건물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부족한 전시 공간을 보충해주는 화물용 컨테이너는 소다 미술관이 추구하는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건물 상부에 컨테이너를 덧대어 수직적 동선을 추가한 2층 공간은 세미나실과 전시, 교육 공간으로 활용된다.
또 외부에 설치된 컨테이너는 작은 상점이 되거나 때로는 야외 전시장이 되는 등 다양하게 활용된다. 건물의 벽과 바닥 사이사이에 깔린 벽돌은 기존 찜질방 건물의 불가마로 사용될 예정이었던 벽돌들을 재활용한 것이다.
▲ 부족한 전시 공간을 보충해주는 화물용 컨테이너는 소다 미술관의 개성이기도 하다. 사진 = SoDA
▲ 전시가 열린 소다 미술관 전경. 사진 = SoDA
한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각종 전시와 행사가 모두 가능한 야외의 넓은 루프(roof deck) 공간 역시 소다 미술관의 개성을 잘 보여준다.
지붕 없는 야외 전시장,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잔디 중정, 이국적인 옥상 데크와 전시 공간, 미술관 곳곳의 화물 컨테이너 활용 공간 등이 특징인 소다 미술관에서 만나는 예술 작품들 또한 다양하다.
소다 미술관은 2015년 4월 개관 이래 디자인과 건축을 주요 테마로 한 미술관답게 관련 전시와 행사를 꾸준히 개최해왔다. 처음부터 ‘함께 하는 미술관, 담을 낮춘 미술관, 가족 미술관’을 내세웠으며, 이는 주민들과 함께 지역에 새로운 문화적 활력을 불어넣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공간을 탐험하며 만나는 예술
모두를 위한 상상의 놀이터
소다 미술관은 ‘2015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에서 국무총리상에 해당하는 최우수상을 받았다. 심사위원들로부터 지역 주민과 함께 하는 열린 공간으로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당시 시상 이유는 “버려진 찜질방을 창의적이고 능동적으로 변화시켜 문화적인 대안 공간을 만들었다. 여타의 관 주도 공공사업과 비교해 그 특별함을 높이 평가할 수 있는 문화 기획”이라는 것이었다. 많은 지역 도시가 갖고 있는 문화 역량의 부족, 공공사업에 대한 무관심 등을 감안할 때 버려진 건물을 리모델링했다는 것을 넘어 도시 공간의 재생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였다.
소다 미술관 장동선 관장은 “민간이 만들어낸 공공성과 창의성이 인정받은 것 같다. 소다 미술관이 사람 중심 공간으로, 지역 문화와 삶의 질을 향상하고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 기쁘다”고 밝혔다.
▲ 소다 미술관이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마스플리마켓’ 현장. 사진 = SoDA
소다 미술관은 앞으로도 역량 있는 젊은이들로 구성된 공간 디자인, 전시 기획,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 등을 자체적으로 찾아내고 이뤄내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미술관뿐 아니라 지역사회 자체의 활성화까지 이루겠다는 것이다.
소다 미술관에서 지금 진행 중인 건축 전시 ‘PLAYGROUND’에서도 미술관의 이런 의지와 태도를 잘 엿볼 수 있다. 오혜선, 오수연 작가가 프로젝트 전시를 위해 꾸린 그룹 ‘숨·쉬다’의 ‘물고기의 꿈’ 같은 설치 작품이 그렇다.
이 작품은 미술관 외부 공간을 유유히 헤엄치며 하늘을 향해 날아가는 물고기 떼를 보여준다. 물속에서만 살아가는 물고기이기를 거부하는 몸짓이다. 일탈을 실현한 자유로운 모습으로 관객에게 대리만족을 준다. 작가들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일탈을 꿈꾸는 보통사람들에게 꿈꾸는 자유와 용기를 주려는 듯하다. 소다 미술관다운 기획 전시다.
안창현 기자 [CNB저널 제4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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