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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LETTE: 우리가 사는 세상 2025

기간

장소

작가

2025.04.08 - 2025.04.26

실내전시장

김은정, 김준, 박미, 손제형, 신의현, 이다희, 조영주

기간 | 2025.04.08 – 2025.04.26

장소 | 실내전시장

작가 | 김은정, 김준, 박미, 손제형, 신의현, 이다희, 조영주

PALETTE: 우리가 사는 세상 2025

소다미술관은 장애를 다양성으로 인식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소통하며 모두 존중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2022년부터 《PALETTE: 우리가 사는 세상》展을 지속적으로 선보여 왔다. 팔레트 위에서 다양한 색이 모이고 섞이듯 전시는 예술로 서로 다른 경험을 이으며,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고민하는 장이 될 수 있었다.

2025년 봄, 네 번째로 진행되는 《PALETTE: 우리가 사는 세상》展은 ‘몸’을 통한 소통에 집중하여, 다채로운 감각으로 이야기하는 7명의 장애·비장애 예술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이번 전시는 자신만의 시각 언어로 세상과 소통하는 평면 회화부터, 눈으로 듣는 음악, 손으로 교감하는 오브제, 소리로 자연의 풍경을 체감하는 사운드스케이프, 그리고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하는 운동까지, 다양한 감각 기관을 동반하는 작품들로 전반적인 소통의 구조와 흐름을 구성한다. 이러한 흐름 안에서 우리는 단순히 지각하는 과정을 넘어 새로운 이해와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매개체로서의 몸을 발견하게 된다.

소통하는 몸은 공동의 감각으로 경험이 확장되는 ‘장소’이자, 적극적으로 관계를 형성하는 ‘주체’로서 작용하며, 예술가들의 작품은 언어적 교류를 넘어, 감각과 경험이 얽힌 깊은 대화를 가능하게 한다. 감각적 교류를 통해 우리는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편견 없이 다가설 수 있다. 소다미술관은 전시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에 대한 친밀감을 높일 수 있기를 기대하며, 공동체의 중요한 가치인 존중과 신뢰가 형성되는 관계를 차곡차곡 쌓아가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

 

작가소개

강선아

빈 벽만 보면 그림을 그리려던 소녀가 있다. 펜을 장난감 삼아 놀던 소녀. 소녀는 커서 어른이 되었지만 아이는 그대로 남아서 우리가 볼 수 없는 것을 보고, 기억한다. 웃는 표정, 놀라는 표정, 작은 손짓과 몸짓, 작가가 창조한 그림 속 캐릭터는 저마다의 모습으로 작가의 기억을 대신한다. 그래서 강선아의 그림엔 구김이 없다. 그늘도 없고 미움도 없다. 어떤 경계도 차별도, 혐오와 편견도 없다. 재단되지 않은 시선과 홀로 간직해온 순수한 삶의 영역, 때 묻지 않은 아이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작가의 시선을 대변한다. 때로는 재치 있고 때로는 유쾌하게, 누구를 만나든, 어떤 경험을 하든, 작가의 손끝에선 모두가 포근해진다

김기정

김기정의 눈에 바람은 선을 그리며 분다. 나무는 색색으로 변해가고 파도는 겹겹이 흐른다. 잔디는 가로로 뻗어나가고 나뭇잎은 낱낱이 떨어지며 꽃들은 조그맣게 자란다. 김기정의 세계에서 시간은 촘촘하게 나뉘어있고 고양이의 걸음처럼 조용히 흐른다. 오랫동안 마주한 일상의 아주 작은 부분도, 사소한 기억도 작가는 그저 지나치는 법이 없다. 때때로 만나는 모든 것이 작품에 녹아든다. 그리고 싶은 것이 어떤 것이든, 광활한 바다든, 동물의 털 한 가닥이든, 작가는 가장 작은 붓으로 가장 큰 세상을 그린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아주 오랫동안 공을 드린다.

김현우

‘분 단위로 쪼개놓은 알람’ ‘하루를 빼곡히 기록하는 문서‘ ‘경계 없는 실험과 도전’ 이 모든 것이 김현우를 설명한다. 작가의 초반 기록물은 낙서에 가까웠다. 학창 시절 내내 도형, 음표, 수학 공식 등을 적어왔고 친구들의 이름을 빼곡히 쓰기도 했다. 점점 이름이 빠지고, 선들은 변형되고, 색이 더해지며 작품의 시작을 알렸다. 작가의 드로잉은 픽셀이라는 이미지로 재구성되었고 쌓여진 픽셀은 또 다른 작업들과 겹쳐지고 반복되며 다양한 이미지로 진화해갔다. 수백 권의 연습 노트를 남기면서 작가의 작업은 행간이 복잡한 시를 닮아갔다. 단숨에 해석되긴 어려워도 그 깊이가 점점 짙어져갔다. 작은 픽셀 조각이 끊임없이 생겨나고 연결되듯, 작가가 그려낸 경계없는 세상 속엔 수많은 사람들의 꿈과 이야기가 담겨 있다.

PALETTE 2025 작가소개

김은정

김은정은 후천적인 청력 상실의 경험으로부터 출발하여 소리를 공간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Aul>은 작가의 손끝에서 탄생한 둥글고 부드러운 덩어리들이 공간을 채우는 작품으로, 제목인 '아울(Aul)'은 작품의 둥근 형태에서 오는 느낌을 발음으로 표현한 말이다. 얇은 천을 겹치고 부풀려 만든 유기적인 형태들은 세포가 증식하듯 넓게 퍼져나가며 공간을 점유한다. 관객이 피부로 직접 덩어리 표면의 감촉을 느끼는 순간, 작품에 스며들었던 작가의 손길과 온기가 관객에게 전해지고, 이내 서로는 공동의 감각을 느끼게 된다. <Aul>은 단지 말하고 듣는 것을 넘어, 상대방의 온기를 눈으로 감지하고, 피부로 체감하는 경험을 통해 소통의 의미를 더욱 확장시킨다.

김준

김준은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에서 수집한 다양한 소리를 공감각적으로 공유하는 사운드스케이프 작업을 하고 있다. 전시 공간 깊숙이 울려 퍼지는 소리는 작가가 거주하는 강원도의 자연 생태계를 묘사하고 있다. <바람에 흐르는 음악>은 강원도 산악지대의 바람과 물의 흐름을 전시 공간에서 유영하는 소리로 체험하게 한다. <흔들리고 이동하는 조각들>은 강원도의 지질공원을 탐사하며 기록한 프로젝트로, 암석의 진동, 지질 변화와 같은 자연의 유기적인 움직임을 소리로 펼쳐낸다. 회전하거나 흔들리는 스피커로 인해 소리는 넓게 증폭되고, 관객은 눈과 귀로 소리 풍경을 인식하며, 자연의 리듬을 공감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된다.

박미

박미는 점자 원리를 바탕으로 시각적 이미지를 촉각적으로 묘사한다. 오래전 한쪽 눈의 시력을 손실한 작가는 상실 그 자체보다 세상을 다르게 보는 방법에 집중하였고, 흐릿한 시야에서 발견한 빛의 산란과 중첩, 눈으로 담을 수 없는 촉각적 경험은 작품을 이루는 중요한 회화적 모티브가 되었다. <나의 보물섬> 시리즈의 '보물섬'은 작가가 태어난 고향인 경상남도 남해를 의미하는 것으로, 마치 '보물 찾기'를 하듯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기억을 더듬는 과정을 보여준다. <유자>, <멸치>, <시금치>, <호박>은 당장 눈앞에 실재하지 않지만 시간, 장소, 향기 등이 희미한 기억으로 남아 아른거리는 형상들이다. 점묘로 형상을 이루듯, 반짝이는 기억의 파편들은 작가에 의해 눈앞에 실재하는 이미지로 소환되었다. 작품이 전달하는 촉각적 심상을 통해 관객은 작가의 기억을 함께 감각하게 된다.

손제형

손제형은 동물을 통해 내면의 감정과 경험을 표현한다. 그의 작품 속 코끼리, 코뿔소, 황소는 강인함의 상징으로, 흔들림 없이 목표를 향하는 작가 자신의 마음을 비유한다. <춤추는 코뿔소>, <황금 코뿔소>, 그리고 <편하게 앉아있는 황소>에서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 의식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들 작품에서는 과슈와 분채를 사용한 색채의 선으로 동물의 육중한 몸과 눈빛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수묵의 농담과 선의 강약이 이들의 역동성을 강조한다. 어릴 적 자폐 진단을 받은 작가는 언어로 세상과 소통하는 시간보다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더 길게 가지며, 창작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확장해 왔다. 그의 작품은 살아 있는 듯한 동물의 생명력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관객과 공유한다.

신의현

신의현은 제주도와 반려견을 주제로 한국화 작업을 이어가며, 유년 시절의 따뜻한 기억과 정서적 안정감을 화폭에 담고 있다. <제주의 추억 4>는 성산 일출봉의 잔디 위에서 봄볕을 쬐는 반려견 ‘깜봉’의 평온한 모습을 담아내, 제주의 풍경과 반려견에 대한 애정 어린 마음을 나타낸다. 장지에 색을 여러 번 얇게 쌓아 올리는 한국화의 채색 기법은 맑고 투명한 자연과 포근한 반려견의 모습을 더욱 잘 나타내고 있으며, 이러한 기법은 <책가도 2>의 작가가 좋아하는 사물들에 대한 묘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발달장애를 가진 작가는 그림이라는 자신만의 언어를 통해 내면을 자유롭게 표현한다. 작가의 세계는 서로 의지하고 사랑을 주고받는 존재들 사이에서 자기 자신을 통찰하는 동시에, 관객이 스스로 주변 환경과 관계를 성찰하게 만든다.

이다희

이다희는 클래식 음악을 시각화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작가는 다양한 색과 형태를 이용해 시간예술인 음악을 공간예술로 번역하는 ‘음악번안시스템’을 구현한다. <그리드 시리즈>는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 (The Well-Tempered Clavier)>의 전주곡을 수채화로 시각화한 작업이다. 전주곡이 흐르면 작가의 심상에서는 흩어진 점들이 모여 선율을 이루고, 점차 면을 형성하며 하나의 공간으로 변환된다. 작가는 면과 면이 만나는 지점에 선을 긋고, 점들을 공간의 기본 단위로 사용한다. 점들은 다채로운 색으로 물들어 공간을 채우고, 섬세한 음악의 기교를 부드럽고 아름답게 그려내는 역할을 한다. 관객은 색색의 음률을 눈으로 따라가며 음악을 눈으로 감상하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조영주

조영주는 설치, 사진, 비디오,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여성의 삶과 관련된 신체성을 탐구해 왔다. 2020년부터는 여성을 둘러싼 논의를 넘어 ‘돌봄’의 개념에 집중하며, 사회적인 불합리성과 약자에 대한 담론을 중심으로 작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살핌 운동>은 시민 참여형 퍼포먼스 작품으로, 전시장 벽면에 상영되는 영상에서는 미술작가, 심리치료사, 운동가, 무용가로 구성된 연구팀이 재활치료 운동을 기반으로 개발한 ‘듀오 운동’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영상 속에는 어린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참여자가 등장하고, 이들은 각자의 신체적 취약함을 상호 보완하며 서로 돕고 지지하는 신체적인 움직임을 보여준다. 관객은 이 운동을 수행하며 상호의존적인 ‘우리’의 존재를 인식하고, 함께 살아가는 삶의 의미를 몸으로 경험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