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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stion and Art: 걷는 인간, 질문하는 예술

기간

장소

작가

2025.05.15. - 2025.07.20.

실내전시장, 야외전시장

조소희 윤주희 강수빈 류예준 이대길 원애프터

기간 | 2023. 03. 31 – 2024. 04. 30

장소 | 실내전시장

작가 | 권순모·김동찬·김현주·박태현·이겨레·이지양·지후트리·최서은·홍세진·JACOB FREY

Question and Art: 걷는 인간, 질문하는 예술

2025년 봄, 소다미술관은 전시 《Question and Art: 걷는 인간, 질문하는 예술》을 마련합니다. 이 전시는 미술관을 출발해 야외로 이어지는 1km의 짧지 않은 산책으로 진행됩니다. “모든 위대한 생각은 걷기로부터 나온다.”는 니체의 말처럼, 미술관은 관객에게 전시가 아닌 사유를 위한 가벼운 여행을 제안합니다. 여섯 명의 작가들이 마련한 여섯 개의 시퀀스를 따라가며 걷고, 멈추고, 묻고, 느끼는 여정 속에서, 관객은 세상을 향해 열려 있던 감각을 내면으로 선회해 나에게 몰입하는 시간을 경험합니다. 그리고 진정한 자신의 모습으로 현존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대화를 시작하게 됩니다.

《Question and Art: 걷는 인간, 질문하는 예술》에 참여한 작가들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삶을 지탱하는 중요한 가치를 가시화하는 예술가들입니다. 시간을 짜는 조소희, 의지를 세우는 윤주희, 인식을 흔드는 강수빈, 죽음을 만지는 류예준, 생명의 터전을 여는 이대길 등 이들은 작품을 통해 세상과 인간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우리 안에 잠들어 있던 인식과 통찰을 일깨웁니다. 산책길의 마지막 코스에서는 건축가 원애프터의 파빌리온을 만나게 됩니다. 파빌리온은 자연과 사람 사이, 잠시 머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며 명상의 시간을 제안합니다.

《Question&Art: 걷는 인간, 질문하는 예술》은 ‘예술’과 ‘걷기’가 만나 아름다운 사유의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이 여정이 일상의 틈 사이로 예술이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경험이 되기를, 예술이 던지는 질문으로 삶의 길을 잃지 않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무엇보다도 다시 바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견고한 마음을 준비하는 마음 챙김의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작가소개

강선아

빈 벽만 보면 그림을 그리려던 소녀가 있다. 펜을 장난감 삼아 놀던 소녀. 소녀는 커서 어른이 되었지만 아이는 그대로 남아서 우리가 볼 수 없는 것을 보고, 기억한다. 웃는 표정, 놀라는 표정, 작은 손짓과 몸짓, 작가가 창조한 그림 속 캐릭터는 저마다의 모습으로 작가의 기억을 대신한다. 그래서 강선아의 그림엔 구김이 없다. 그늘도 없고 미움도 없다. 어떤 경계도 차별도, 혐오와 편견도 없다. 재단되지 않은 시선과 홀로 간직해온 순수한 삶의 영역, 때 묻지 않은 아이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작가의 시선을 대변한다. 때로는 재치 있고 때로는 유쾌하게, 누구를 만나든, 어떤 경험을 하든, 작가의 손끝에선 모두가 포근해진다

김기정

김기정의 눈에 바람은 선을 그리며 분다. 나무는 색색으로 변해가고 파도는 겹겹이 흐른다. 잔디는 가로로 뻗어나가고 나뭇잎은 낱낱이 떨어지며 꽃들은 조그맣게 자란다. 김기정의 세계에서 시간은 촘촘하게 나뉘어있고 고양이의 걸음처럼 조용히 흐른다. 오랫동안 마주한 일상의 아주 작은 부분도, 사소한 기억도 작가는 그저 지나치는 법이 없다. 때때로 만나는 모든 것이 작품에 녹아든다. 그리고 싶은 것이 어떤 것이든, 광활한 바다든, 동물의 털 한 가닥이든, 작가는 가장 작은 붓으로 가장 큰 세상을 그린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아주 오랫동안 공을 드린다.

김현우

‘분 단위로 쪼개놓은 알람’ ‘하루를 빼곡히 기록하는 문서‘ ‘경계 없는 실험과 도전’ 이 모든 것이 김현우를 설명한다. 작가의 초반 기록물은 낙서에 가까웠다. 학창 시절 내내 도형, 음표, 수학 공식 등을 적어왔고 친구들의 이름을 빼곡히 쓰기도 했다. 점점 이름이 빠지고, 선들은 변형되고, 색이 더해지며 작품의 시작을 알렸다. 작가의 드로잉은 픽셀이라는 이미지로 재구성되었고 쌓여진 픽셀은 또 다른 작업들과 겹쳐지고 반복되며 다양한 이미지로 진화해갔다. 수백 권의 연습 노트를 남기면서 작가의 작업은 행간이 복잡한 시를 닮아갔다. 단숨에 해석되긴 어려워도 그 깊이가 점점 짙어져갔다. 작은 픽셀 조각이 끊임없이 생겨나고 연결되듯, 작가가 그려낸 경계없는 세상 속엔 수많은 사람들의 꿈과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작가소개

조소희

예술과 함께하는 산책, 첫 번째로 만나는 작가는 조소희입니다. 조소희는 예술이라는 행위를 통해 ‘시간’을 은유하는 작가입니다. 미술관 실내 공간은 거대한 원형의 그물, <…where…>이 펼쳐져 있습니다. 작가는 가는 실을 코바늘 뜨기로 엮어내는 과정을 통해 작품을 만들어 나갑니다. 작가는 이를 ‘시간을 짜는 일’이라고 표현합니다. 공간에 채워진 실들은 가볍지만, 작가의 축적된 시간을 시각화하며 묵직한 울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품 속 얇은 실로 엮어진 서로 다른 크기의 ‘공백’은 알 수 없는 시간의 무한한 가능성과 다채로운 우연이 머무는 공간입니다. <…where…>은 시간이라는 ‘공백’을 쌓아가는 일이며, 그 속에서 조용히 흐르는 시간의 리듬을 따라가는 작업입니다. 작가는 시간을 그저 감각하고 시간이 만들어낸 리듬을 따라 춤추듯이 사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 말합니다. 관객은 <…where…>의 사이를 걸으며 수많은 공백과 시간의 결을 음미하는 산책을 시작합니다. 당신은 시간을 어떻게 은유하며, 감각하고 있나요?

윤주희

예술과 함께하는 산책에서, 두 번째로 만나는 작가는 윤주희입니다. 작가는 작고 연약한 존재들의 의지에 주목하며, 삶을 지탱하는 힘에 대해 지속적으로 질문해 왔습니다. 공간 안에 펼쳐진 <의지의 의지의 의지>는 실내 클라이밍을 연상시키는 설치 작업으로, 작가의 약한 신체 부위인 무릎과 관절, 근육의 모양에서 따온 홀드로 구성됩니다. 이 작업은 예상치 못한 공백 속에서 작가로서 존재하기 위해 시작되었습니다. 작가는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들을 모으고, 그것에 기대어 어려움을 견디며, 자신의 결함을 보완해 다시 삶을 이어 나가는 과정을 작품에 담아냈습니다. 이렇게 모여진 의지는 무엇인가를 이루고자 하는 마음의 의지意志와, 기대는 행위의 의지依支, 의수나 의족의 의지義肢로, <의지의 의지의 의지>가 되었습니다. 이 작업은 우리가 삶을 지탱하기 위해 어떤 의지에 기대고 있는지를 되묻게 합니다. 당신은 무엇에 기대어 오늘을 살아가고 있나요?

강수빈

예술과 함께하는 산책에서, 세 번째로 만나는 작가는 강수빈입니다. 강수빈은 거울을 통해 우리가 세상을 보고, 인식하는 과정에 질문을 던집니다. 작은 언덕길 위에서 마주하는 작품 <이미지의 기원>은 잘게 분절된 거울 조각으로 이루어져 있어,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변화하는 시선을 끊임없이 반영합니다. 작가는 하나의 고정된 이미지가 아닌, 보는 사람의 위치와 움직임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인 이미지’을 경험하게 합니다. 핸드폰, 카메라, 인터넷 등 이미지 매체가 발달한 오늘날, 우리는 고정된 이미지를 통해 과거의 장면을 현재처럼 보고, 존재하지 않는 것을 실재처럼 받아들이게 됩니다. 하지만 거울은 어떤 기억이나 기록도 담지 않은 채, 오직 그 순간에만 존재하는 이미지를 반영할 뿐입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오늘날 매체를 통해 현실을 인지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오류를 지적하며, 몸을 움직이면서 체득하는 이미지로 나와 함께 진행 중인 ‘현실’을 그리고 ‘진실’을 경험하게 합니다. 당신은 보(이)는 것을 온전히 믿을 수 있나요?

류예준

예술과 함께하는 산책, 네 번째로 만나는 작가는 류예준입니다. 류예준은 삶과 죽음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의 과정을 조각으로 형상화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언덕 위로 하얀 두상이 하나 놓여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보지만, 그 얼굴은 여전히 흐릿하고 멀게만 느껴집니다. 류예준의 작품 <Big Mori>입니다. 작품의 제목 모리는 "죽음을 기억하라 : 메멘토 모리 Memento Mori"라는 문장에서 가져온 단어로, 죽음과 삶의 관계를 사유하는 작품입니다. 모리의 얼굴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흐릿하고 아득하여, 가까이 있지만 쉽게 닿을 수 없는 ‘죽음’의 감각을 전달합니다. 관객은 모리를 만지는 촉각적 경험을 통해, 죽음을 실체적으로 의식하며, 지금 우리 앞에 있는 이 삶과 사랑을 더 선명히 바라보도록 이끕니다. 작가는 삶의 의미가 결국 죽음을 마주할 때 일회적인 것들을 소중히 하는 마음, ‘사랑’에서 찾을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삶에서 죽음은 어떤 의미를 갖나요?

이대길

예술과 함께하는 산책, 다섯 번째로 만나는 작가는 이대길입니다. 이대길은 자연의 질서를 존중하는 정원을 만들고 가꾸는 정원사입니다. 정원사가 마련한 <성소 연작 1-돌의 오아시스>는 우리와 공존하고 있는 작은 생명들을 위한 피난처로,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깊숙한 숲 속에 설치됩니다. 숲길을 따라가면 돌을 쌓아 올려 만든 작은 연못을 만날 수 있습니다. 돌 사이 작은 틈은 곤충들의 통로이자 보금자리가 되며, 그 위에 연못은 새들이 물을 마시고 목욕할 수 있는 쉼터가 됩니다. 정원사는 이곳에서 어떤 씨앗이 싹트고, 어떤 생명과의 만남이 이뤄지는지, 변화의 흐름을 살아 있는 작품으로 이어갑니다. <돌의 오아시스>는 전시가 끝난 이후에도 생물들의 서식처로 지속될 수 있도록 계획되었습니다. 이대길은 우리가 잊고 있던 작은 생명들과의 공존을 다시 상기시키며, 함께 살아가기 위한 존중과 배려의 태도를 공간 속에 구현해 냅니다. 당신과 공생하는 존재는 누구인가요? 그들을 위한 존중과 배려를 실천하고 있나요?

원애프터

예술과 함께하는 산책, 마지막으로 만나게 될 작가는 원애프터입니다. 원애프터는 건축이 자리하는 ‘문화’, ‘공간’, ‘자연’의 맥락 속에서 긍정적인 경험을 이끌어 내는 건축을 추구합니다. 건축가는 아파트에 둘러 쌓인 오픈갤러리 환경에 주목하며, 삭막한 도심 안에서 자연과 사람이 교류할 수 있는 ‘틈’을 제안합니다. <틈막: 자연과 사람 사이>는 땅과 지붕으로 이루어진 원초적인 움막의 구조에서 출발한 파빌리온입니다. 벽체 없이 열린 구조로 설계되어 흙과 돌과 나무, 바람과 빛 등 기존에 자리하고 있던 자연 요소를 공간 안으로 끌어들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머무는 이들이 자연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합니다. 자연의 흐름 속에 놓인 이 파빌리온은 무언가를 보여주기보다, 이미 그 자리에 존재하는 것을 발견하게 하는 공간입니다. 기능을 넘어, 그 자체로 하나의 머무름이자 사유의 장소가 됩니다. 틈막을 통해 나는 내 안에서 편히 머무를 수 있는지 스스로 질문해 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