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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nA : 질문하는 그림들

기간

장소

작가

2022. 05. 07. - 2022. 10. 9.

실내전시장

고경호 권순영 김민정 김상준 문지영 민유정 박용화 이지영 장나리 전승배 정다희 지알원 Elena Walf

기간 | 2022. 05. 07 – 2022. 10. 09

장소 | 실내전시장

작가 | 고경아·권순영·김민정·김상준·문지영·박용화·이지영·장나리·전승배·정다희·지알원·Elena Walf

QnA: 질문하는 그림들

QnA: 질문하는 그림들

세계는 바이러스와 기후 위기, 전쟁으로 인한 혼돈과 불확실성으로, 가까운 미래조차 예측할 수 없는 길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향해야 할 삶의 목표와 태도는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우리는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운명공동체로, 협력하고 연대하며 지속가능한 공동체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서로 다른 우리가 손잡고 어울려 살아가기 위해 소다미술관은 2022년 봄 《QnA : 질문하는 그림들》을 마련했습니다. 전시는 다양성이 공존하는 건강하고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어떤 관점을 견지하고 살아가야 하는지를 예술을 통해 질문해 보고자 합니다.

《QnA : 질문하는 그림들》에 함께하는 회화와 애니메이션, 그림책은 우리가 간과하고 있었던 다양한 자리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여줍니다. 그림은 편향된 인식과 기준에서 오는 차별과 혐오, 타인에 대한 폭력과 무심함 그리고 환경과 동물에 대한 이기적인 욕심을 말하며 우리의 걸음을 붙잡습니다. 그리고 질문합니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타인과 연대하며, 사회를 넘어 모든 생명체와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우리는 질문이 사회의 커다란 변화보다는 개인의 작은 실천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그래서 그림이 건네는 말은 ‘답’이 아닌 ‘질문’입니다. 질문이기에 전시는 미술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미술관을 나와 각자의 평범한 일상에서 다시 시작될 것을 기대합니다. 끊임없이 질문하는 한 우리는 길을 잃지 않을 것입니다.

작가소개

고경호

고경호의 작품은 가족 사진첩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장면들이다. 작가는 성인이 된 후 우울과 억압의 근원을 찾기 위해 과거를 돌아보게 되었고, 가족사진을 매개로 한 <아들-포지셔닝> 연작이 시작되었다. 작가는 한국 사회, 그 안에 가부장제가 뚜렷한 가정의 ‘아들’로 태어나 부여받는 역할과 그로 인한 괴리감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는 행위를 통해 과거에서부터 시작된 우울과 억압을 손의 감각으로 형상화한다. 최근 작가의 작업은 <둥근 정물>로 이어지고 있다. 작가가 성장하면서 지속적으로 따라다녔던 공들은 놀이가 아닌 역할에 대한 억압의 기제로, 주류와 비주류로 나누는 기준으로 작용해 왔다. 작가는 우리의 편향된 인식이 나를 비롯해 타인의 삶을 재단하고 억압하고 있는지 묻고 있다. 그리고 그 시작이 우리가 가장 자유롭고 편안해야 할 가정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권순영

달이 뜬 포근한 밤, 눈이 내리는 크리스마스, 꽃이 피는 따뜻한 봄. 권순영의 작품 배경은 아름다운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은 그런 날들이다. 화면 속에는 작가가 유년 시절 좋아하는 만화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면, 주인공의 몸은 녹아내리거나 잘려 나가고 분해되어 있다. 눈은 울고 있지만 입은 웃고 있어, 아픔과 분노를 표현하지 못하고 감추는 것 같아 애처롭다. 작품 속 잔혹한 동화는 현실 세계로부터 출발한다. 작가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사건·사고에 귀 기울이며 폭력의 희생자가 된 어린이, 여성, 임산부 등 사회의 약자들에게 주목한다. 작가는 사건을 고발하기보다는 세밀한 붓으로 어루만지듯 희생자를 기억하고 위로하며 그림을 그려 나간다. 그리고 그림 속 보잘것없고 연약한 생명체에도 눈, 코, 입을 그려준다. 아무리 작은 존재라도 함부로 대할 수 없도록 말이다.

문지영

문지영은 가족들의 평범한 일상을 화면에 그려낸다. 하지만 그 모습은 결코 평범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장애를 가지고 있는 동생과 암 투병을 하고 있는 어머니의 일상은 우리의 이목을 끌며, 우리가 사회적 약자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돌아보게 만든다. ‘가장 보통의 존재’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연작은 ‘보통’이 무엇인지 질문한다. ‘보통’, ‘평균’, ‘일반’이라는 단어들이 기준이 되어, 기준 밖에 위치한 사람들에게 폭력적 시선과 차별적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지 생각하게 만든다. 최근 작가는 가족에서 한 발짝 떨어져 어머니의 삶에 주목하기 시작한다. 장애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믿음’을 형태를 <어머니의 신전> 연작으로 제작하고 있다. 삶 곳곳에 스며든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는 사회가 그리고 우리가 외면한 가족이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었던 ‘희망’이 아니었을까.

민유정

민유정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재난과 그 재난을 이미지로 마주하는 우리들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발사되는 미사일, 추락 후 산산조각 난 비행기, 홍수로 가슴까지 찬 물길을 헤쳐 가는 사람들. 작품 속 미니어처 같은 이미지들은 재난의 위급함과 비참함은 드러나지 않는다. 작은 이미지와 단순한 형상, 부드러운 톤으로 관람객을 멀리서 관조하게 만든다. 이러한 형식은 우리가 실제로 벌어지는 재난을, 그리고 타인의 고통을 무심하게 바라보는 태도를 대변하고 있다. 사건에서 멀리 떨어진 안전한 장소에서 무감각하게 자극적인 이미지를 소비하고 있는 우리를 작가는 공범으로 만들고 있다. 수전 손택은 저서 『타인의 고통』을 통해 “우리의 특권이 그들의 고통과 연결되어 있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숙고”할 것을 이야기한다. 바이러스와 전쟁, 기후 위기 등 재난이 일상화된 지금, 우리들이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연민이 아닌 공감이 필요한 시기임을 말하고 있다.

박용화

박용화는 자기결정권 없이 존재하는 동물원의 동물 이미지를 수집해 왔다. <거짓과 진실의 경계>는 벽과 바닥의 모서리를 경계로 대비되는 작품이다. 풍요로운 초원에서 뛰어놀며 포효하는 벽화 속 호랑이와, 자연을 모방한 인공 구조물에서 무기력하게 이동하는 우리 속 호랑이의 모습은 같은 공간에 있지만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보여준다. 배경으로 가려진 호랑이의 얼굴과 색은 개체성을 잃어버린 동물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미완의 모뉴먼트>는 단편적인 동물원의 모습을 지속적으로 그리며 거대한 탑으로 쌓아 올리고 있는 작품이다. 작가는 작은 화면 안에 갇힌 동물을 하얗게 지워버리는 행위를 통해 동물원을 벗어나 자유롭길 바라는 작가의 바람을 담고 있다. 작가는 인간중심주의 시선에서 만들어진 동물원이 사람과 동물의 공존 형태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며 어떤 공존의 형태가 되어야 할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지영

이지영은 우리 사회의 단면을 긴 시간 멀리서 관조하며, 연필로 세밀하게 묘사하는 작업을 전개해 왔다. 작가가 연작으로 제작해온 <인물원>은 동물원에서 출발한 단어로, 사회 시스템에 맞춰 길들여지는 인간의 모습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그림 속 등장인물들은 특징을 찾아볼 수 없는 최소한의 옷으로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있다. 산수山水로 표현된 안락한 사회 제도 안에서 안전하게 사회가 원하는 방향으로만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은 <어떤 공동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작가는 주어지는 삶을 살 것인지 내가 선택한 삶을 살 것인지 묻고 있다. <First apple II>는 서로 다른 나무에서 사과를 따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사과는 선택을 의미한다. 이 작품은 각자의 의지와 선택으로 자신만의 인생 찾아 나서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인물원과 같이 안전함과 안락함은 없지만 각자의 삶을 선택하고 이를 타인과 함께 공유하며 서로의 선택을 응원하고 있다. 진정한 공동체란 집단의 획일적인 움직임이 아닌, 개인의 다양한 선택을 존중하는 것이 아닐까.

지알원(GR1)

지알원의 작업은 어린시절 거리의 낙서, 그래피티로 시작되었다. 작가의 몸에 배인 그래피티 문화는 자연스럽게 작품 과정에 녹아들어 자신만의 스타일로 표출된다. 그래피티 특성상 자리를 빨리 뜨기 위해 미리 준비한 포스터를 붙이며 작업한 페이스트 업(Paste-Up)기법은 종이에 마커와 스프레이를 가지고 이어붙이며 커다란 작품을 완성하는 작가의 작업방식과 유사하다. 벽면을 가득 채우는 도시 스케일의 작품, 저항정신을 이어가며 당대 사회적 이슈를 흔드는 주제, 작업한 벽면에 자신의 이름을 남기는 태깅은 지알원 작품만의 특징들이다.

“ ‘닭장 같은 버스와 지하철' '닭장 같은 아파트', 좁은 면적에 과도하게 많은 사람이나 시설이 있을 때, 우리는 흔히 닭장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그런데 그 닭장의 비좁음은 누가 만들었나? 한 해에 도계되는 닭은 약 600억 마리 이상이다. 육계는 우리에게 효율적인 단백질 공급을 위해 30-45일만 살 수 있고 그마저도 협소한 공간에서 효율적 사육을 위해 마리당 a4 사이즈에도 미치지 못하는 공간에서 키워진다. 우리의 효율을 위해 만들어진 이 말은 돌고 돌아 결국 우리는 대변하는 단어가 되었고 오늘도 누군가는 우리를 보며 말하고 있다. ‘와! 닭장 같다!’“

작가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