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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미술관: 우리는 그들에게 (Us and Them)

기간

장소

작가

2023. 05. 24 - 2023.10.29

소다미술관 전관

김소정 김수민 김승일 김창수 박미라 박정민 손승범 이샛별 조재 한광우

기간 | 2023. 05. 24 – 2023. 10. 29

장소 | 소다미술관 전관

작가 | 김소정·김수민·김승일·김창수·박미라·박정민·손승범·이샛별·조재·한광우

 

불편한 미술관: 우리는 그들에게 (Us and Them)

In the end it’s only round and round, and round. 결국에는 전부 돌고 돌 뿐이야.”*

우리는 폭력이 일상이 된 시대에 살고 있다. 가정, 학교, 군대, 인종, 환경까지 다양한 관계 속에서 폭력은 순환한다. 최근 플랫폼의 영향으로 약자에 대한 폭력과 차별의 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공론화되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이 불편한 문제를 주변부로 밀어내며 ‘그들’의 것으로 타자화한다. 비극의 책임이 ‘우리’로 인한 것이 아님을, 끊임없이 면피하고 싶은 듯 말이다. 

2023년 소다미술관은 《불편한 미술관: 우리는 그들에게》 전을 통해, 우리와 그들의 폭력이 어디에 위치하며, 누구에게 머물고 있는지 직면할 수 있도록 한다. 전시는 예술가 10인의 시선에 머무른 폭력과 그 이면의 진실을 보다 넓은 층위에서 다루고 있다. 작품에서 동시대의 폭력은 존엄성 훼손, 가치의 상실, 분절된 감정과 같이 다양한 모습으로 드러난다. 그리고 우린 그 뒤에 숨은 인간의 일그러진 욕망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게 된다. 

전시는 결국 폭력에 가려진 수많은 소외된 존재와 가치를 발견하는 것으로 향해간다. 끈질기게 누군가를 배제 시키고 존재를 드러내는 ‘우리’라는 이름의 어두운 민낯을 확인하는 것, 이제 폭력은 단지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이기에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 순환하는 폭력으로부터 서로를 지키기 위해 폭력의 고통과 슬픔에 연대하려 한다. 우리는 인간다움을 지키며 함께 보듬어 주고, 잡은 손을 놓지 않을 것이다. 분노와 애도로 가득한 세상에서 오늘, 서로를 따스하게 안아줄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 핑크 플로이드, <Us and Them>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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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강선아

빈 벽만 보면 그림을 그리려던 소녀가 있다. 펜을 장난감 삼아 놀던 소녀. 소녀는 커서 어른이 되었지만 아이는 그대로 남아서 우리가 볼 수 없는 것을 보고, 기억한다. 웃는 표정, 놀라는 표정, 작은 손짓과 몸짓, 작가가 창조한 그림 속 캐릭터는 저마다의 모습으로 작가의 기억을 대신한다. 그래서 강선아의 그림엔 구김이 없다. 그늘도 없고 미움도 없다. 어떤 경계도 차별도, 혐오와 편견도 없다. 재단되지 않은 시선과 홀로 간직해온 순수한 삶의 영역, 때 묻지 않은 아이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작가의 시선을 대변한다. 때로는 재치 있고 때로는 유쾌하게, 누구를 만나든, 어떤 경험을 하든, 작가의 손끝에선 모두가 포근해진다

김기정

김기정의 눈에 바람은 선을 그리며 분다. 나무는 색색으로 변해가고 파도는 겹겹이 흐른다. 잔디는 가로로 뻗어나가고 나뭇잎은 낱낱이 떨어지며 꽃들은 조그맣게 자란다. 김기정의 세계에서 시간은 촘촘하게 나뉘어있고 고양이의 걸음처럼 조용히 흐른다. 오랫동안 마주한 일상의 아주 작은 부분도, 사소한 기억도 작가는 그저 지나치는 법이 없다. 때때로 만나는 모든 것이 작품에 녹아든다. 그리고 싶은 것이 어떤 것이든, 광활한 바다든, 동물의 털 한 가닥이든, 작가는 가장 작은 붓으로 가장 큰 세상을 그린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아주 오랫동안 공을 드린다.

김현우

‘분 단위로 쪼개놓은 알람’ ‘하루를 빼곡히 기록하는 문서‘ ‘경계 없는 실험과 도전’ 이 모든 것이 김현우를 설명한다. 작가의 초반 기록물은 낙서에 가까웠다. 학창 시절 내내 도형, 음표, 수학 공식 등을 적어왔고 친구들의 이름을 빼곡히 쓰기도 했다. 점점 이름이 빠지고, 선들은 변형되고, 색이 더해지며 작품의 시작을 알렸다. 작가의 드로잉은 픽셀이라는 이미지로 재구성되었고 쌓여진 픽셀은 또 다른 작업들과 겹쳐지고 반복되며 다양한 이미지로 진화해갔다. 수백 권의 연습 노트를 남기면서 작가의 작업은 행간이 복잡한 시를 닮아갔다. 단숨에 해석되긴 어려워도 그 깊이가 점점 짙어져갔다. 작은 픽셀 조각이 끊임없이 생겨나고 연결되듯, 작가가 그려낸 경계없는 세상 속엔 수많은 사람들의 꿈과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작가 소개 (시각예술)

김소정

김소정은 선, 족자, 병풍과 같은 표구 방식과 의궤, 행차도와 같은 기록화를 차용하여, 일상에서 자리를 겨우 유지하는 장면이나, 군중이 모인 시위 현장을 다루고 있다. 출품작인 시리즈는 시위 장면이 화성행차도와 겹쳐 보이는 데에서 시작해, 시위에 나선 이들이 사무실과 생업을 벗어나며 참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착안해 완성된 작품이다. 일상에서 포착된 뒤틀리거나 어색한 장면들을 백납도 양식을 차용하여 병풍에 모은 작품이다.

박미라

박미라는 의식과 무의식의 틈에서 자라나는 이미지와 이야기를 주로 검은색의 재료를 사용해, 일상과 가상의 경계에서 불편하고 어긋난 상황을 드로잉과 드로잉 애니메이션 등의 매체로 보여주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작가의 작품은 실재의 공간과 가상의 공간이 혼재된 새로운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파괴적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무언가 어긋나보이는 상황은 마치 가상의 ‘연극 무대’처럼 보이기도 한다. 작품 속 등장인물의 배치와 의도적으로 연출된 새로운 공간을 통해 복합적인 풍경을 만들고,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하고 있다.

손승범

손승범은 의미를 상실하거나 사라지고 있는 것들을 시각적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작가는 모든 것이 떠밀려나기 직전인 재개발 현장과 같은 곳에서 작업의 영감을 얻어, 방치된 곳에서 버려진 물건이나 그곳에서 자라난 잡초를 바라보면서, 한때 영광의 순간에 머물렀던 것이 소멸되며, 사라지고 자라나는 순환의 과정을 그려낸다.

이샛별

이샛별은 인공과 자연, 생태적 위기와 자본주의 모순, 디지털 사회의 주체 등 동시대의 윤리적 질문을 ‘녹색’이라는 키워드로 포착해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이미지를 그려내고 있다. 작가는 기후 위기와 팬데믹이 겹치며 펼쳐진 생경한 세계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고, 어떤 삶의 방식이 가능할지 고민하며 작업을 완성하였다. <레이어스케이프(Layerscape)>는 레이어(Layer, 층)와 랜드스케이프(Landscape, 풍경)의 합성어로, 일시 정지된 래그(lag) 걸린 화면은 오작동이 드러난 현실을 보여준다. 분절된 풍경은 눈앞에 있지만 보지 않은 것으로 치부해왔던 삶이 끝났음을 인정하고, 새로운 삶의 질서는 아직 떠오르지 않는 상태임을 말하고 있다.

조재

조재는 관심을 끄는 도시의 파편을 모아 배치를 바꿔보거나 뭉쳐보면서 도시 풍경에 대한 번역을 시도하는 작업을 지속 중이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미디어와 언론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재난이 시간이 지날수록 가볍고 매력적으로 소비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재난의 본질이 점차 희석되어 처음과 전혀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재구성되는 모습을 작품을 통해 소개한다. 번역된 재난의 이미지에 익숙해져, 실제 재난 자체에는 굉장히 둔감해지게 된 현실을 깨닫게 하고, 우리가 소비하는 수많은 재난의 이미지가 어디까지 변형되고 왜곡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한광우

한광우는 소다미술관 야외전시장에 건축적 요소를 강조한 파스텔 색조의 목조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는 눈에 익숙한 사물을 모티프로 하여, 우리 주변의 관계와 보이지 않는 욕망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인간 존재를 철학적으로 사색해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야외에 설치된 작가의 작품 4점은 하나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한 작품으로 보일 수 있도록 장치를 숨겨놓아, 관람객의 시점에 따라 새로운 해석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한다.

작가 소개 (단편영화)

김수민

김수민은 오늘날 기술이 집단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사람들의 변화는 무엇인지 탐구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출품작 <우리에게>는 본인이 자각하지 못한 사이, 타인을 쉽게 배제해버렸던 경험을 복원하여, ‘우리’라는 단어가 지니는 양면성을 다룬 관객 참여형 퍼포먼스 비디오이다. 비대면 소통 플랫폼인 줌(ZOOM)을 활용하여, 물리적 공간을 합치지 않아도 인터넷을 통해 쉽게 ‘우리’가 되고, 나가기 버튼을 터치하는 일 하나로 다시 쉽게 혼자가 되는 현시대를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도록 하였다. 작품은 무의식중에 타인을 소외시키고 있는 사회와 우리의 모습을 조명한다.

김창수

김창수는 25년 넘게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고 있는 애니메이션 감독이다. 이번 전시에 상영하는 작품, <먹이들>은 2020년에 발표한 김창수 감독의 세 번째 단편으로 '관계' 와 '불안'에 대한 이야기이다. 집단 속에서 서로를 의식하고 평가하며, 불안이라는 감정을 경험하는 우리의 모습을 그려낸다. 살아남기 위하여 불안을 숨긴 채 꽃을 먹어야만 하는 돼지들을 통해, 사회 시스템 안에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 존재의 불안을 표현하고 있다.

박정민

박정민은 삶의 단면을 애니메이션과 그림으로 이야기하는 애니메이션 감독이다. 이번 전시 상영작 는 ‘트라우마’에 갇혀 사는 우리 모두를 위한 이야기이다. 가정폭력을 겪은 주인공 소년이 할아버지가 되어서야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고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게 되는 오랜 시간의 과정을 상징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감독은 관객에게 지난날의 어떤 상처가 발목을 잡을지라도, 고개 숙여 땅이 아닌 푸른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했다고 한다.

작가 소개 (문학)

김승일

김승일 시인은 2007년 《서정시학》 신인상 시 부문으로 등단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첫 시집으로는 『프로메테우스』(파란, 2016), 두 번째 시집으로는 『나는 미로와 미로의 키스』(시인의일요일, 2022)가 있다. 김승일은 첫 시집 『프로메테우스』를 통해서 유년 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자신에게 가해진 온갖 폭력들을 끈질기게 적어내는 실험적인 작업을 했다. 최근에 출간한 두 번째 시집 『나는 미로와 미로의 키스』에서는 구조화되고 내면화된 우리 사회와 교육 시스템 안에서의 폭력의 심층을 그려내는 데 집중하였다. 시인은 이번 전시에서 두 권의 시집 안에 담긴 시를 지면 밖으로 꺼내, 시각예술과 영상 작업으로 옮겨왔다. 인간에서 비롯된 무수한 폭력의 모습을 생생히 전함과 동시에 폭력을 뚫고 나아갈 궁극적 사랑에 대해 시의 언어로 소개한다.